한국어 자음은 대부분 3개씩 짝을 이룹니다. 파열음 9개(ㅂㅃㅍ, ㄷㄸㅌ, ㄱㄲㅋ), 파찰음 3개(ㅈㅉㅊ) 모두 평음·된소리·격음의 3중 대립이에요. 그런데 딱 한 자음군만 예외예요.
바로 마찰음 ㅅ과 ㅆ입니다. ㅅ 계열에는 격음이 없어요. ㅍ, ㅌ, ㅋ, ㅊ처럼 강한 자음이 자음 체계 다른 곳엔 다 있는데 왜 ㅅ 계열엔 없을까요? 그리고 딱 2개뿐이면 학생이 배우기 쉬울까요? 실은 그렇지 않아요. 학술 연구에 따르면 특히 일본어권 학생이 ㅅ과 ㅆ 구별을 가장 어려워한다고 보고됩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어 마찰음이 왜 2중 대립인지, 학생 모국어권별로 무엇이 어렵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그리고 강사가 함께 알아둬야 할 마찰음 ㅎ의 특수성까지 정리합니다.
1. 한 줄 요약
마찰음은 학술적으로 "두 조음기관의 간격을 좁히고 그 사이로 폐에서 나오는 공기를 스쳐나가게 발음하는 소리"로 정의됩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파열음처럼 공기를 완전히 막았다가 터뜨리는 것도 아니고, 파찰음처럼 파열과 마찰이 결합된 것도 아닌, 오직 공기가 좁은 틈으로 마찰하며 흘러나오는 소리예요. 한국어 마찰음은 ㅅ, ㅆ, ㅎ 3개인데, ㅅ과 ㅆ은 치조 마찰음이고 ㅎ은 성문 마찰음이라 조음 위치가 완전히 달라 별도로 다룹니다.
2. 학생들이 자주 하는 실수
ㅅ과 ㅆ는 시각적으로 표기 차이가 명확한데도 학생들이 발음 구별을 정말 어려워해요. 특히 일본어권 학습자가 가장 크게 헤매는 그룹으로 학술 연구에서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자주 보이는 실수 패턴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 단어 | 올바른 발음 | 학생들의 흔한 발음 |
|---|---|---|
| 사다 (買) | [사다] | [싸다] |
| 싸다 (廉) | [싸다] | [사다] |
| 수다 (話) | [수다] | [쑤다] |
| 쓰다 (書/使) | [쓰다] | [스다] |
| 살 (肉) | [살] | [쌀] (米) |
모국어권별 경향
- 일본어권 학생 — 마찰음 ㅅ/ㅆ 구별을 가장 어려워하는 그룹이에요. 학술 연구(해피캠퍼스 자료 등)에서 일본어권 학습자 발음 오류로 ㅅ/ㅆ 구별이 지속적으로 보고됩니다. 일본어 サ행 자음이 한국어 ㅅ과 비슷하지만 된소리 개념 자체가 일본어에 없어서 ㅆ 발음을 인지하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어요.
- 중국어권 학생 — 중국어 s [s]가 한국어 ㅅ [s]와 유사해서 ㅅ 발음은 비교적 빨리 익힙니다. 다만 ㅆ를 ㅅ와 구별하는 게 어려워요. 중국인과 한국인의 ㅅ/ㅆ 음소 지각 양상 연구(권민지, 2020)에서도 중국어권 학습자의 마찰음 구별 어려움이 지속적으로 확인됩니다.
- 영어권 학생 — 영어 s [s]가 한국어 ㅅ보다 무게중심 주파수가 더 높고 강하게 발음돼요. 그래서 영어권 학생은 한국어 ㅅ을 영어 s처럼 발음하려는 경향이 있고, 한국인 귀에는 ㅆ에 가깝게 들릴 수 있어요. 강사가 "영어 s보다 부드럽게 발음하세요"라고 짚어주면 도움이 됩니다.
3. 칠판/슬라이드 설명 순서
파열음/파찰음에서 익힌 손바닥/A4 종이 도구를 그대로 적용하되, 마찰음의 특성(공기가 끊이지 않고 흐름)을 학생에게 추가로 설명해야 해요. 시즌 1과 동일한 4단계로 진행합니다.
① 마찰음의 발성 원리 소개 — 지속되는 소리 (2분)
마찰음의 가장 큰 특징은 "지속 가능"이라는 점이에요. 파열음(순간 폭발)이나 파찰음(2단계)과 달리, 마찰음은 원한다면 길게 늘여 발음할 수 있어요.
· 파열음 (ㅂㄷㄱ): 공기 막았다가 순간 터뜨림 → 짧고 강렬
· 파찰음 (ㅈㅊ): 파열 + 마찰 결합 → 2단계
· 마찰음 (ㅅㅆ): 공기가 좁은 틈으로 계속 마찰 → 지속 가능 (ssssss...)
② 혀 위치 시각화 — 치조에 혀 붙이기 (3분)
ㅅ/ㅆ는 치조음이에요. 혀끝이 아니라 혀의 앞부분이 윗잇몸(치조) 근처에서 좁은 틈을 만들어 공기가 통과하며 마찰이 일어나요.
· "아랫니에 혀끝을 살짝 대세요"
· "혀의 앞부분과 윗잇몸 사이를 좁게 만들어 공기를 통과시키세요"
· 공기가 마찰하며 나오는 [스] 소리가 정확한 ㅅ
· 학생이 손을 목에 살짝 대면 성대가 진동하지 않는 걸 확인 (한국어 ㅅ은 무성음)
③ 손바닥/A4 종이로 ㅅ/ㅆ 구별 (3분)
파열음/파찰음 글에서 사용한 손바닥/A4 종이가 ㅅ/ㅆ에도 그대로 적용돼요. 국립국어원 사할린 자료(2008)도 마찰음의 ㅅ/ㅆ 구별에 손바닥/종이 방법을 권장합니다.
학생에게 손바닥을 입 앞 5cm에 펴게 한 다음 발음시킵니다.
· '사' → 공기가 부드럽게 지속적으로 닿음 (종이 살짝 흔들림)
· '싸' → 공기 거의 안 닿음, 성문에서 강한 긴장 (종이 안 흔들림)
"쉬~~~" 소리를 길게 내다가 "쓰!" 하고 짧고 강하게 끊는 대조 연습이 효과적이에요.
💡 강사 팁: ㅅ/ㅆ는 성문 긴장도의 차이예요. 학생에게 "ㅆ는 시작 부분에 목에 힘을 살짝 준다"고 설명하면 좋아요. 이 성문 긴장 감각을 학생이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도와주세요. 학생이 자기 목에 손을 대고 발음하며 긴장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④ 최소대립쌍 반복 훈련 (2분)
최소대립쌍은 마찰음 ㅅ/ㅆ 구별 학습에 가장 효과적인 도구예요. 국립국어원 사할린 자료(2008)도 "'사다/싸다', '수다/쑤다'와 같은 최소대립쌍을 통해서 그 차이를 느끼고 발음 연습"을 권장합니다.
| ㅅ (평음) | ㅆ (된소리) | 의미 차이 |
|---|---|---|
| 사다 | 싸다 | 사다(買) vs 싸다(廉) |
| 수다 | 쑤다 | 수다(talk) vs 쑤다(끓이다) |
| 살 | 쌀 | 살(肉) vs 쌀(米) |
| 서 | 써 | 서다(立) vs 쓰다(書) |
4. 시각화 도구
파열음/파찰음 글에서 사용한 도구가 마찰음에도 대부분 적용돼요. 마찰음 특유의 "지속되는 공기 흐름"을 보여주는 방법을 정리합니다.
① 손바닥/A4 종이 (공통)
3중 대립 시리즈 전체에서 사용한 핵심 도구. ㅅ은 공기가 부드럽고 지속적으로 나오고, ㅆ은 공기가 거의 없어요. 학생이 즉시 차이를 체감할 수 있습니다.
② 지속 발음 시각화 — 손동작
마찰음은 지속 가능하다는 특성을 손동작으로 보여주세요. 손을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내리며 "sssss..." 소리를 낼 수 있음을 시연합니다. 이 특성이 파열음/파찰음과 다르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인식시켜요.
③ 목에 손 대기 — 성문 긴장 확인
ㅅ/ㅆ 구별의 핵심은 성문 긴장이에요. 학생이 자기 목(성대 부위)에 손을 살짝 대게 한 후 발음하면, ㅆ 발음 시작 부분에서 미세한 긴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신체 감각을 학생이 인지하면 발음이 빠르게 개선돼요.
④ 전체 자음 체계표 완성
파열음, 파찰음, 마찰음까지 다 익힌 학생에게 전체 자음 체계표를 보여주면 큰 그림이 잡혀요.
| 조음 위치 | 된소리 | 평음 | 격음 |
|---|---|---|---|
| 양순음 (입술) | ㅃ | ㅂ | ㅍ |
| 치조음 파열 (잇몸) | ㄸ | ㄷ | ㅌ |
| 치조음 마찰 (잇몸) | ㅆ | ㅅ | — |
| 경구개음 (입천장) | ㅉ | ㅈ | ㅊ |
| 연구개음 (목 안쪽) | ㄲ | ㄱ | ㅋ |
※ 빨간색이 이번 글에서 다룬 마찰음 ㅅ/ㅆ입니다. 격음 자리에 대응 자음이 없는 유일한 자음군이에요.
5. 수업 활동
활동 1. 사다/싸다 최소대립쌍 게임 (5분)
학생이 ㅅ/ㅆ를 빠르게 변별할 수 있는지 점검하고 발음 연습까지 함께 진행하는 활동입니다.
준비물: 최소대립쌍 카드 (사다/싸다, 수다/쑤다, 살/쌀, 서/써 등)
방법:
- 학생에게 최소대립쌍 카드를 나눠줍니다.
- 강사가 무작위로 짝 중 하나를 발음합니다 (예: "사다").
- 학생은 들은 단어 카드를 들어 올립니다.
- 10회 반복하며 정답률 확인 (70% 이상이면 발음 단계로).
- 학생들끼리 짝을 지어 서로 발음하고 카드 들기 활동으로 확장.
활동 2. 문장 속 의미 차이 체험 (3분)
ㅅ/ㅆ 오류가 실제 의사소통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학생이 직접 체감하는 활동이에요. 마찰음 오류로 인한 오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학생이 느끼면 학습 동기가 크게 올라갑니다.
방법:
- 강사가 칠판에 짧은 문장 3개를 적습니다:
· "이 옷 사요?" (buy)
· "이 옷 싸요?" (cheap)
· "제가 살을 뺐어요" (lost weight)
· "제가 쌀을 씻어요" (washing rice) - 학생들에게 문장을 발음하게 합니다.
- 학생이 잘못 발음하면 강사가 의미가 어떻게 바뀌는지 시연 (예: "옷을 사다" 대신 "옷이 싸다"로 들리면 대화 흐름이 완전히 달라짐).
- 학생이 의미 차이를 체감하면 발음 학습 동기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 강사 팁: 시장에서 물건 살 때 "사요?"와 "싸요?"를 헷갈리면 한국 사람이 오해할 수 있다는 실제 상황을 예로 들면 학생이 발음 연습에 훨씬 집중해요.
6. 학생이 자주 묻는 질문 + 답
Q1. 왜 ㅅ 계열엔 격음이 없어요?
Q2. '시', '쉬' 발음이 다른 ㅅ 단어와 다르게 들려요. 왜죠?
· 사다 = [사다] (혀가 잇몸 근처)
· 시장 = [ɕi장] (혀가 더 뒤쪽, 경구개로)
학생에게는 "ㅅ이 ㅣ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혀가 살짝 뒤로 가서 발음돼요"라고 설명해주세요. 별도 규칙으로 익힐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발음입니다.
Q3. ㅎ은 왜 이 글에서 다루지 않나요?
ㅎ 발음 교육은 ㅎ 탈락 규칙 편(발음 규칙 시리즈 ⑥)에서 상세히 다뤘어요. ㅎ은 어중에서 자주 탈락하는 등 다른 자음과 완전히 다른 특성을 보여서 별도 접근이 필요합니다.
Q4. 사다와 싸다를 학생에게 어떻게 구별시킬까요?
1) 성문 긴장 감각: 학생이 목에 손을 대고 발음하게 하세요. ㅆ 시작 부분에서 미세한 긴장이 느껴져요.
2) 공기 세기: 손바닥/종이로 확인. ㅅ은 공기가 부드럽게 나오고, ㅆ은 공기가 거의 안 나옵니다.
3) 최소대립쌍 반복: 사다/싸다, 수다/쑤다, 살/쌀 같은 쌍을 계속 대비시키세요. 반복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특히 일본어권 학생에게는 성문 긴장 감각을 몸으로 익히게 하는 게 중요해요. 일본어에 된소리 개념이 없어서 청각으로만 익히기 어렵거든요.
정리
- 한국어 마찰음 ㅅ/ㅆ는 치조 마찰음으로, 격음 대응 자음이 없는 2중 대립입니다.
- 파열음/파찰음과 같은 손바닥/A4 종이 도구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 ㅅ/ㅆ 구별의 핵심은 성문 긴장도 — 학생이 자기 목에 손을 대고 감각으로 익히게 하세요.
- 모국어권별 어려움: 일본어권이 가장 어려움. 중국어권은 ㅆ 구별, 영어권은 ㅅ 부드럽게 발음.
- ㅅ + ㅣ 결합 시 자동 구개음화 [ɕ] — 별도 규칙 없이 자연스럽게 익힘.
- ㅎ은 성문 마찰음으로 조음 위치가 완전히 달라 별도로 다룹니다.
이번 글로 3중 대립·2중 대립 시리즈의 조음 방법별 정리(파열음·파찰음·마찰음)가 마무리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지금까지 다룬 자음 대립을 학생 진단·모국어권별로 종합해서 실제 수업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할지를 정리할 예정입니다.
📚 참고 자료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마찰음' 및 '자음체계' 항목
· 이석재 외 (2008), 「한국인과 외국인 학습자의 한국어 마찰음 /ㅅ/와 /ㅆ/ 구분의 음향 단서 분포 특징에 관한 비교 연구」, 언어연구 24(2)
· 권민지 (2020), 「한국어 치조 마찰음 /ㅅ/와 /ㅆ/에 대한 중국인과 한국인의 음성적 단서에 따른 음소 지각 양상 연구」, 언어와언어학 87
· 국립국어원 (2008), 『국외 한국어 교사를 위한 한국어 강의 자료집 (사할린)』
· 김선정 (2009), 「한국어 발음 교수법」, 계명대학교
· 국립국어원, 「표준 발음법」, 「한글 맞춤법·표준어 규정 해설」
·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발음 47』(2009)
A note from 영쌤
이 글은 박사 과정과 강의 현장에서 쌓아 온 영쌤의 자산입니다. 한국어 강사 여러분의 수업에 닿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활용해 주세요. 현장에서 자유롭게 적용하시고, 학습자에게 맞는 형태로 변형해 쓰시는 것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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