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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뜻 — 새벽에도 저녁에도 쓰는 순우리말

퇴근길, 해는 졌는데 아직 깜깜하진 않은 시간이 있어요. 가로등은 켜졌는데 하늘엔 옅은 빛이 아직 남아 있죠.이 어중간한 밝기를 부르는 우리말이 있어요. 우리말 발견 어스름 조금 어둑한 상태. 또는 그런 때.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는 순우리말이에요. '어스름하다'로도 쓰고, '어스름'만으로도 그 어둑한 시간 자체를 가리켜요.새벽에도, 저녁에도재미있는 건 '어스름'이 하루에 두 번 찾아온다는 거예요. 해 뜨기 전 새벽도 어스름하고, 해 진 뒤 저녁도 어스름하죠. 빛이 막 들어오는 시간과 막 빠져나가는 시간을 똑같은 한 단어로 불러요. 그래서 어스름 속에 가만히 있으면, 지금부터 밝아질지 어두워질지 분간이 잘 안 가는 묘한 순간이 되기도 해요. 새벽 어스름날이 밝아오기 직전, 사물이 어슴푸레 드러..

굳이 뜻 — 영어로 번역 안 되는 한국어, '굳다'에서 온 말

한국어를 가르치다 보면, 사전에도 있고 매일 쓰는데 막상 영어로 옮기려면 손이 멈추는 말들이 있어요. '굳이'도 그중 하나예요."'굳이'는 영어로 뭐예요?"— 몇 년째 한국어를 배운 학생이 물었어요번역 앱을 켜면 답은 나와요. 그런데 어느 것도 딱 들어맞지 않아요. 'necessarily'도, 'deliberately'도 '굳이'가 품은 결을 다 담지 못하거든요.사전 속 '굳이'는 두 얼굴먼저 표준국어대사전을 펼치면, '굳이'는 부사로 두 가지 뜻을 갖고 있어요. 뜻 ①단단한 마음으로 굳게예: "굳이 뜻을 꺾지 않았다." 뜻 ②고집을 부려 구태여예: "굳이 가겠다면 말리진 않을게."두 뜻 다 '굳다'에서 왔어요. '굳다'의 '굳-'에 부사를 만드는 '-이'가 붙어 '굳이'가 됐죠. 받침 'ㄷ' 뒤에 ..

일절 vs 일체 차이 — '안주 일절'은 안주가 없다는 뜻? 헷갈리는 한자어

술집 메뉴판이나 가게 앞 안내문에서 이런 문구, 한 번쯤 보셨을 거예요. "안주 일절", "주류 일절". 다 갖췄다는 뜻으로 크게 써 붙였는데, 글자 그대로 읽으면 정반대가 돼요. "저희 가게는 안주 일절 준비되어 있습니다." "촬영은 일체 금지합니다."두 문장 모두 단어 하나가 어긋나 있어요. '안주가 다 있다'는 뜻이면 '일체'를, '촬영을 전혀 못 한다'는 뜻이면 '일절'을 써야 맞거든요. 재밌는 건, 두 단어의 한자가 똑같다는 거예요.같은 한자인데 읽는 법이 갈려요'일절'과 '일체'는 둘 다 한자로 '一切'라고 써요. 글자가 완전히 같죠. 비밀은 뒷글자 '切' 하나에 있어요. 이 한자는 음이 두 개거든요. '끊다'라는 뜻일 땐 '절'로, '온통·모두'라는 뜻일 땐 '체'로 읽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