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 24

경신 vs 갱신 차이 — 기록은 경신, 계약은 갱신

어제 뉴스 자막에서 이런 문장을 봤어요. "한국 선수, 세계 신기록 경신!"그런데 며칠 전엔 휴대폰 요금제를 '갱신'했죠. 둘 다 한자로 쓰면 똑같은 更新이에요. 같은 글자인데, 왜 하나는 '경신'이고 하나는 '갱신'일까요?같은 한자 '更新', 읽는 법이 둘이에요비밀은 '更'이라는 글자에 있어요. 이 한자는 음이 두 개거든요. '고칠 경'으로도 읽고, '다시 갱'으로도 읽어요. 그래서 똑같이 '更新'이라고 써 놓고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뜻이 갈려요. 更新 경신 更 고칠 경 + 新 새 신고쳐서 새롭게 → 기록을 깰 때 更新 갱신 更 다시 갱 + 新 새 신다시 새롭게 → 기간을 늘릴 때 글자는 똑같은 '更新'이지만,..

외국인 학생이 '한여름'을 [한여름]으로 발음할 때 | 발음 규칙 시리즈 ⑪ ㄴ 첨가

'한여름'을 [한여름]으로, '색연필'을 [색연필]로 또박또박 발음하는 학생을 본 적 있으신가요? 한국 사람이라면 자동으로 [한녀름], [생년필]이라고 발음하지만, 학생들에게는 표기에 ㄴ이 없는데 발음에서 갑자기 ㄴ이 나타나는 게 매우 어색하게 느껴져요.ㄴ 첨가는 합성어나 파생어에서 앞말이 자음으로 끝나고 뒷말이 '이/야/여/요/유'로 시작할 때 ㄴ 소리가 새로 추가되는 현상이에요. 다른 음운 규칙과 달리 표기에 없는 자음이 발음할 때 생기는 특이한 규칙이라, 학생들이 가장 헷갈려하는 부분이에요.이 글에서는 ㄴ 첨가 규칙을 어떻게 시각화할지, 어떤 환경에서만 일어나는지, "왜요?"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를 정리합니다.1. 한 줄 요약합성어/파생어에서 자음 + 이/야/여/요/유 → ㄴ 소리가 추가된다.ㄴ..

곤욕 vs 곤혹 차이 — '곤욕을 치르다'가 맞는 이유

뉴스에서 "구설수에 올라 곤혹을 치렀다"는 문장을 보면, 어딘가 한 글자가 살짝 어긋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곤혹'과 '곤욕'. 발음도 비슷하고 둘 다 '困(곤할 곤)'으로 시작하다 보니,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자주 흔들리는 한 쌍이에요.한자를 갈라 보면 뒷 글자가 달라요두 단어 모두 앞에는 困(곤할 곤)을 두지만, 뒤에 붙는 글자가 완전히 달라요.곤욕(困辱) · 困 곤할 곤 + 辱 욕될 욕→ 심한 모욕, 참기 힘든 일곤혹(困惑) · 困 곤할 곤 + 惑 미혹할 혹→ 곤란한 일을 당해 어찌할 바를 모름辱은 '욕', 惑은 '혹'辱은 '모욕'할 때 그 '욕'이에요. 그래서 곤욕은 바깥에서 나에게 쏟아지는 수모예요. 惑은 '의혹', '유혹'의 그 '혹' — 마음이 헷갈리고 흔들린다는 뜻이죠. 그래서 곤..

유래 vs 유례 — "유래 없는"이 틀린 이유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이런 문장을 자주 보셨을 거예요."역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만행""유래가 없는 폭염"사실 이 두 문장 모두 틀린 표현이에요. 여기서는 '유래'가 아니라 '유례'를 써야 맞아요. 그런데 너무 자주 잘못 쓰이다 보니, 어느 게 맞는지 점점 헷갈리게 됐어요.'유래'와 '유례'. 발음도 비슷하고, 글을 쓰다 보면 정말 자주 멈춰 서게 되는 두 단어예요. 오늘 한 번에 정리해 드릴게요.한자로 보면 차이가 또렷해져요두 단어 모두 '유(由/類)'로 시작하지만, 한자가 완전히 달라요. 그리고 그 한자 안에 단어의 뜻이 통째로 담겨 있어요.由來 유래由 말미암을 유 + 來 올 래"~로 말미암아 온 것" → 사물이나 일이 생겨난 내력영어로는 origin (기원)에 가까운 뜻類例 유례類 비슷할 류 +..

시원하다 뜻 — 뜨거운 국물이 왜 '시원'할까

펄펄 끓는 국밥을 한 술 뜬 어른이 "어, 시원하다!" 하는 장면. 한국 사람에겐 너무 자연스럽지만,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생에겐 이 순간이 큰 물음표예요. "선생님, 뜨거운데 왜 시원해요?"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꼭 한 번은 묻는 질문'시원하다'는 외국어로 옮기기 까다로운 단어예요. 영어 'cool'이나 'refreshing'으로는 절반밖에 못 담거든요. 매일 쓰는 이 말, 알고 보면 결이 여러 겹이에요.'시원하다'는 뜻이 하나가 아니에요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시원하다'에는 여러 뜻이 있어요. 그중 우리가 매일 쓰는 건 이 두 갈래예요. 뜻 ① 덥거나 춥지 아니하고 알맞게 서늘하다예: "바람이 시원하다", "그늘이 시원하다" 뜻 ② 뜨거우면서 속을 후련하게 하..

부의금·부조금·조의금 차이 — 장례식 봉투에 뭐라고 쓸까?

장례식장 앞, 하얀 봉투를 꺼냈는데 손이 멈춥니다."근데… 봉투에 뭐라고 써야 하지?부의금? 부조금? 조의금?"한 번쯤 이런 순간 겪어 보셨을 거예요. 다 비슷한 뜻 같은데, 막상 봉투를 들고 서면 어떤 단어가 맞는지 헷갈리거든요. 그러다 결국 검색을 하게 되죠.오늘 이 세 단어, 한 번에 정리해 드릴게요.한자를 보면 차이가 또렷해져요세 단어 모두 마지막에 '금(金)'이 붙어요. '돈'이라는 뜻이죠. 차이는 앞 두 글자에 있어요.扶助金 부조금扶 도울 부 + 助 도울 조 + 金 돈 금"도와주는 돈" → 잔치·장례 모두에 보내는 가장 넓은 표현賻儀金 부의금賻 도울 부 + 儀 거동 의 + 金 돈 금"상가에 보내는 부조 돈" → 장례식 한정弔意金 조의금弔 조상할 조 + 意 뜻 의 + 金 돈 금"죽음을 슬퍼하는 ..

'눈치'를 영어로? — BTS RM이 'Reading the air'라고 부른 이유

얼마 전 BTS의 RM이 외국 팬에게 '눈치'를 영어로 설명하는 영상이 화제가 됐어요. 그가 꺼낸 표현은 이거였어요. "Reading the air." 공기를 읽는다'눈치'를 영어로 옮기기는 정말 어려워요. 직역할 단어가 없거든요. 그래서 영어권에서는 아예 'Nunchi'라는 한국어 발음 그대로를 빌려 쓰고, 미국에서는 'The Power of Nunchi'라는 책까지 나왔어요.매일 쓰는 한국어 '눈치'. 한국 사람에게는 너무 익숙해서 별생각 없이 쓰지만, 알고 보면 정말 깊은 개념이에요. 오늘 한 번 풀어 볼게요.'눈치'는 정확히 무슨 뜻일까요?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눈치'에는 두 가지 뜻이 있어요. 뜻 ① 남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으로 미루어 알아내는 것예: "눈치가 빠르다", ..

외국인 학생이 '같이'를 [같이]로 발음할 때 | 발음 규칙 시리즈 ⑩ 구개음화

'같이 가요'를 [같이 가요]로, '굳이'를 [굳이]로 또박또박 발음하는 학생을 본 적 있으신가요? 한국 사람이라면 자동으로 [가치 가요], [구지]라고 발음하지만, 학생들에게는 받침 ㅌ/ㄷ이 그대로 있는데 ㅊ/ㅈ으로 변하는 게 어색하게 느껴져요.구개음화는 받침 ㄷ/ㅌ이 모음 ㅣ를 만나면 ㅈ/ㅊ으로 바뀌는 현상이에요. 형태소 결합이 필요한 특수한 환경이라, 다른 음운 규칙들과 달리 어디서 일어나고 어디서 안 일어나는지 학생이 헷갈리기 쉬워요.이 글에서는 구개음화 규칙을 어떻게 시각화할지, 어떤 환경에서만 일어나는지, "왜요?"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를 정리합니다.1. 한 줄 요약받침 ㄷ/ㅌ이 모음 ㅣ를 만나면, ㅈ/ㅊ으로 바뀐다.구개음화 ㆍ 口蓋音化표기같이↓받침 ㅌ + 조사/접미사 ㅣ → ㅊ (구개음으..

지양 vs 지향 차이 — 발음은 비슷한데 뜻은 정반대인 한자어

부장님께 보내는 메일에 "불필요한 지출을 지향하겠습니다"라고 썼다가, 보내기 직전에 멈칫한 적 있으세요? 아끼겠다는 뜻으로 쓴 문장인데, 글자 그대로 읽으면 정반대의 약속이 돼버리거든요.'지양'과 '지향'은 발음이 거의 같아서 무심코 섞어 쓰기 쉬워요. 그런데 이 둘은 한 글자 차이로 뜻이 정반대예요. 자주 틀리는 문장 "과소비를 지향합시다" ✕ 아끼자는 말인데, 글자대로면"과소비를 향해 나아가자"가 돼버려요.한자 한 글자가 방향을 바꿔요두 단어는 발음만 닮았을 뿐, 들어 있는 한자가 완전히 달라요. 한 글자씩 뜯어보면 차이가 또렷해집니다. 지향 (志向) 뜻 지(志) · 향할 향(向) 마음이 어떤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뜻. 그래서 좇고 싶은 것 앞에 써요. 지양 (..

TOPIK II 51번 가르치는 법 | 실용문 빈칸, 담화 구성 능력 평가

51번은 빈칸 두 개를 채우는 단순한 문제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강사들 사이에서 53·54번에 비해 “쉬운 문항”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학습자 답안을 채점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빈칸 자체는 채워 넣었는데 점수가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지난 글에서 53·54번 채점 기준 3축을 다뤘다면, 이번 글은 51번을 들여다봅니다. 51번은 53·54번과는 다른 채점 구조를 갖고 있는데, 강사가 이 구조를 모르면 학습자 답안을 진단해 줄 수 없습니다. 60회 공식 채점기준을 통해 51번이 실제로 어떻게 채점되는지 분해해 봅니다.🎯 핵심 요약51번은 실용문(편지·이메일·게시판 등)의 빈칸을 완성하는 문항입니다.한 빈칸은 ‘내용 요소 + 형식 요소 + 격식체’ 3축으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