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에 골이 터진 순간, 콘서트장의 떼창, 길거리 응원의 함성. '흥의 민족'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죠. 그런데 이 '흥', 정확히 무슨 뜻일까요?
"선생님, 한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흥'이 많아요? '흥'은 영어로 뭐예요?"
수업에서 한 학생이 물었어요.
막상 영어로 옮기려니 한 단어로 딱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fun"도 아니고 "excitement"도 조금 다르고요. '흥'은 그렇게 번역기 밖에 서 있는 말이에요. 그런데 한자를 보면 의외로 실마리가 풀려요.
흥은 '일어나는' 마음
'흥(興)'은 한자로 '일어날 흥'이에요. 가만히 가라앉아 있던 마음이 위로 솟아오르는 그 순간을 가리키죠. 재미있는 건, 이 한 글자가 두 갈래로 갈라진다는 점이에요.
예: "흥에 겨워 어깨가 절로 들썩였다."
예: "장사가 흥했다 / 흥망성쇠"
신명 나는 '흥'과 번성한다는 '흥'. 전혀 달라 보이지만, 둘 다 '위로 일어난다'는 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왔어요. 마음이 일면 신이 나고, 살림이 일면 흥하는 거죠.
여럿이 함께 들어 올리는 글자
興을 가만히 뜯어보면 두 손이 마주 잡은 모양(舁)에 '함께(同)'가 들어 있어요. 여러 사람이 무언가를 같이 번쩍 들어 올리는 그림이라는 풀이가 있죠. 그래서 '흥'에는 처음부터 혼자가 아니라 '같이'라는 결이 배어 있다는 견해가 있어요.
한국의 '흥'이 떼창, 강강술래, 풍물놀이처럼 늘 무리 속에서 터지는 것도 그래서일지 몰라요. 신명은 혼자 조용히 나는 게 아니라, 곁의 사람과 박자가 맞을 때 확 살아나니까요. '흥의 민족'이라는 말은, 즐거움을 늘 '함께' 일으켜 온 사람들이라는 기록처럼 들리기도 해요.
외국인 학생에게는 '흥'을 "the joy that rises up when people are together"처럼 '솟아오름'과 '함께'를 같이 짚어 설명해요. 천천히 쌓이는 '정(情)'과 나란히 놓고, "정은 오래 머무는 마음, 흥은 순간 확 피어나는 에너지"라고 비교하면 훨씬 잘 와닿더라고요.
다음에 콘서트장에서, 혹은 잔칫집에서 어깨가 저도 모르게 들썩일 때, '일어날 흥' 그 한 글자가 슬쩍 떠오르면 좋겠어요.
💬 여러분은 언제 '흥'이 확 올라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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