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어, 알고 보면/└ 🌸 우리말 발견

함초롬하다 뜻 — 매일 쓰던 그 폰트의 정체

Young 쌤 2026. 5. 8. 10:21
비가 갠 뒤, 풀잎에 이슬이 가지런히 맺혀 있는 풍경.
이 풍경을 한 단어로 표현하는 우리말이 있어요.
그것도 발음 자체가 풍경을 닮은, 정말 곱고 단정한 단어예요.
우리말 발견 ③
함초롬하다
 
젖거나 서려 있는 모습이
가지런하고 차분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정식 우리말이에요. 형용사로 분류되어 있고, 무언가가 물기를 머금어 단정하게 자리잡은 모습을 표현해요.

발음에 풍경이 담겨 있어요

'함·초·롬·하·다'

한 글자씩 천천히 읽어보세요. 마지막 'ㅁ'으로 부드럽게 마무리되는 발음이 단어의 의미를 그대로 담고 있어요. 가지런하고, 차분하고, 곱게.

한국어에는 발음과 의미가 어떤 결로 이어진 단어들이 종종 있어요. '함초롬'도 그중 하나예요. 듣기만 해도 어떤 풍경이 떠오르거든요.

어떤 순간에 쓸 수 있을까요

'함초롬'은 주로 이런 풍경에 어울리는 말이에요.

"풀잎에 이슬이 함초롬 맺혀 있어요."
"비 갠 뒤 꽃잎이 함초롬해요."
"단정하게 빗은 머리가 함초롬해요."

물기를 머금은 자연의 풍경이나, 차분히 단장한 사람의 모습. 그 결을 한 단어로 담아내는 거예요.

혹시 이 폰트, 보신 적 있으세요?

한컴오피스에서 문서를 만들 때 자주 등장하는 폰트가 있어요. 이름이 '함초롬바탕', '함초롬돋움'이에요.

이 폰트 이름이 그저 예쁘게 지은 게 아니에요. 바로 오늘 다룬 그 우리말 '함초롬하다'에서 따온 거예요.

📐 함초롬바탕 · 함초롬돋움
한글학회와 글꼴 제작자들이 만든 한글 글꼴이에요.
"가지런하고 차분한" 그 결을 그대로 글꼴 디자인에 담았고,
이름까지 우리말 '함초롬하다'에서 가져왔어요.

매일 쓰던 폰트 이름이 사실은 이런 뜻이었던 거예요.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글 글꼴을 만들면서, 한글다운 우리말로 이름까지 붙인 거죠. 알고 보면 따뜻한 이야기예요.

정지용 〈향수〉에도 살아 있어요

'함초롬'은 시인 정지용의 시 〈향수〉에도 등장해요.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 정지용, 〈향수〉

'함추름'은 '함초롬'의 방언 형태예요. 시인은 이 단어 하나로, 풀섶의 이슬에 옷이 젖던 어린 시절의 정경을 그렸어요. 잊혀가던 우리말이 시 한 편 안에 살아남아 우리에게 닿은 거죠.

오늘부터 한 번씩

비가 갠 뒤 풀잎의 이슬을 보거나, 누군가 단정하게 차려입은 모습을 보거든 '함초롬하다'라는 단어를 한 번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다음에 한컴 문서를 열고 폰트 목록에서 '함초롬바탕'을 보시면, 이름의 결이 다르게 느껴지실 거예요. 알면 알수록 한국어가 더 가깝게 느껴지는 단어예요.

💬 여러분이 좋아하는 우리말이 있으세요?
이름의 뜻을 알고 나서 더 정이 가는 단어가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