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어, 알고 보면/├ 💎 문화 속 한국어

십팔번 뜻 — 왜 하필 18번일까?

Young 쌤 2026. 5. 31. 16:59

노래방에 가면 꼭 나오는 말이 있어요.

"내 십팔번은 이 노래지."
"자, 이제 네 십팔번 한번 불러 봐."

가장 자신 있는 노래, 단골로 부르는 노래를 '십팔번'이라고 하죠. 그런데 한 번쯤 궁금하지 않으셨어요? 일번도 칠번도 아니고, 왜 하필 '십팔번'일까요?

이 말 안에는 사실, 일본 전통극의 오래된 이야기가 숨어 있어요.

'가부키'에서 온 말이에요

'십팔번'은 일본의 전통 연극 '가부키(歌舞伎)'에서 유래한 말이에요. 가부키는 일본 서민들에게 오래 사랑받아 온 공연 예술이에요.

17세기 무렵, '이치가와 단주로'라는 유명한 가부키 집안이 있었어요. 이 집안은 대대로 내려온 기예 중에서 가장 성공한 열여덟 가지를 골라 정리했는데, 사람들은 그 열여덟 가지를 '가부키 십팔번(十八番)'이라고 불렀어요.

그러니까 '십팔번'은 원래 노래가 아니라, 그 집안이 가장 잘하는 열여덟 가지 대표 연극을 가리키는 말이었던 거예요.

십팔번 十八番
가부키 명가가 정리한
가장 잘하는 열여덟 가지 기예
한국에 들어오며
가장 잘하는 노래 · 장기

이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가장 잘하는 것'이라는 뜻만 남았고, 특히 '애창곡'을 가리키는 말로 자리를 잡았어요. 원래는 '잘하는 연극'이었는데, '잘 부르는 노래'로 옷을 갈아입은 셈이에요.

'상자'로도 읽힌다고요?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어요. 일본어에서 '十八番'은 숫자대로 '주하치반'이라고 읽기도 하지만, 뜻밖에도 '오하코'라고 읽기도 해요. '오하코(おはこ)'는 일본어로 '상자'라는 뜻이에요.

왜 '상자'일까요? 가장 자신 있는 기예일수록 귀한 물건처럼 상자에 넣어 소중히 보관했다는 데서 나온 말이라는 견해가 있어요. 정설로 확정된 건 아니지만, 가장 아끼는 재주를 상자에 담아 두었다는 발상이 어쩐지 정겹지 않으세요?

우리말로는 이렇게 쓸 수 있어요

'십팔번'은 일본에서 온 말이라, 국립국어원에서는 우리말 표현으로 바꿔 쓰기를 권하고 있어요.

십팔번

단골 노래 · 단골 장기 · 애창곡

"내 십팔번은 이 노래야" 대신 "내 애창곡은 이 노래야", "이건 내 단골 노래지"라고 하면 더 깔끔해요. 뜻도 그대로 통하고요.

알고 부르면 더 재밌어요

매일 쓰던 '십팔번'이 사실은 일본 전통극에서 가장 잘하는 열여덟 가지 연극을 가리키던 말이었다니, 조금 새롭게 들리시죠?

다음에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잡을 때, 이 한 단어에 담긴 가부키 무대와 상자 이야기를 한 번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가끔은 '내 애창곡'이라는 우리말로도 불러 보시고요.

💬 댓글로 알려주세요.
여러분의 십팔번, 아니 애창곡은 어떤 노래인가요?